앱 이코노미의 그늘
“애플 본사 어디에요? 가고 싶어요”
“볼게 없어요.. 그래도 그 맘 알아요”
한국에서 손님(친구, 지인)이 오면 반드시 가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가 애플 본사다. 우리 집에서 차로 5~10분거리 쯤에 있는 애플 본사. 출퇴근할때 280 타고 가다가 매일 보는 건물이다.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는 정말 입구에서 사진찍고 본사 스토어에 가서 티셔츠 하나 살 수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MS나 구글 본사처럼 Visitor Center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흔한 애플스토어에 있는 자사 제품도 별로 없다.
하지만 누구나 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가보면 우리처럼 티셔츠나 머그컵 등을 사가는 관광객들이 많다.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인 등 아시아인들이 유난히 많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은 아시아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니까.
미국인에게도 그럴까?
미국인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자 유명한 기업. 모두가 선망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기업. 시대마다 이름이 달랐다. 한 가정에 한대의 차가 퍼질 때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Ford)가 그 위치를 차지했고 TV가 보급될때는 GE와 소니가, 한 가정에 한대의 PC가 퍼질때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등이 ‘지존’이었다. 2012년 지금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애플(Apple)’이 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최근에 애플을 보는 미국인과 아시아인들의 시선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애플 뿐만 아니라 애플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및 앱 생태계. 즉, ‘앱 경제학’ 또는 ‘아이 경제학(iEconomy, 아이이코노미)’에 대한 입장과 전망이 다른 것이다.
현재 미국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앱 경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가? 아니면 일자리를 중국(등 아시아)으로 내보내는가?”라는데 있다. ‘뉴테크롤로지가 일자리를 죽이는가? 만드는가?’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앱 대박을 꿈꾸면서 직장 때려치우고 앱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남는 것은 동전 두개뿐”이라며 앱 경제의 효용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즉, 애플, 구글, MS, 아마존, 페이스북등 글로벌 최고 플랫폼 회사들이 미국땅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자국내 일자리를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나?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비판이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간 치열하게 대립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가 테크 기업들에 많은 혜택을 주었지만 일자리는 중국에 가지 않았나.미국의 일자리는 없어졌다. 나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펴겠다”며 오바마를 맹공격했다.
롬니가 “나는 경제 해결사(Mr Fix it)다”며 오바마를 공격하고 이 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혔다는 것은 상당수 미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뉴욕타임즈는 2012년 1월, 1960년과 2010년 대표 기업의 일자리 창출 사례를 비교하면서 애플이 만드는 애플 생태계가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개제하기도 했다.
1960년 최고 기업이던 GM은 직접 고용만 59만2000명에 달했고 부품회사 서비스딜러, 서비스센터 등 생태계 전체의 일자리 창출은 100만명을 넘어선다.
2010년 최고 유통기업 월마트는 전국에 있는 지점을 통한 자체 고용만 210만명을 넘는다. 월마트의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애플은 2012년 최고기업 위치에 오른 애플의 직원수는 7만6100명이고 협력업체는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있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12/01/22/business/apple-america-and-a-squeezed-middle-class.html?hp
이에 대해 애플은 “부품 조달과 제조는 아시아에서 하지만 앱 개발자들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고 반발하고 있다.
팀 쿡 CEO는 “모바일 앱 이라는 단어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머리속에 없는 단어였다. 지금은 과거에는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만들어지고 있다. 애플은 점차 일자리 플랫폼(Job Platform)이 되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은 “앱 비즈니스는 29만1250명의 일자리를 미국에서 만들어 냈으며 이는 운송회사 UPS의 배달사원수와 비슷한 숫자다. 앱 비즈니스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매년 39%씩 성장하고 있다. 애플 개발자들은 풀타임 잡이 있으면서 과욋일로 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엄청난 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애플이 발표한 ‘일자리 창출’ 공식은 온라인 잡 광고를 보고 집계한 것이다(TechNet). 이 같은 방식으로 집계하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이 만든 일자리는 지금까지 모두 46만6000개에 달한다.
이 같이 미국내 ‘앱 경제의 일자리 창출’ 논쟁은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할 몇가지 화두가 숨겨져 있다.
1. 앱 경제가 만들어낸 일자리의 질은?
앱 경제가 만들어낸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안되고 불안정하다’는 점에 있다.
미국내에서도(컬러스튜디오가 게임 앱 개발사를 대상으로한 조사) 전체 매출이 200달러가 안되는 앱이 전체의 1/4(25%)에 달하고 출시 이후에 3만불 이상 매출을 올렸다는 앱도 1/4이었다. 100만달러 이상 올린 히트 앱은 4%에 불과했다. 앱 개발자들 모두가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대박 앱’을 개발하기 위에 뛰어들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더구나 대부분 앱 개발사들은 보험이 안되는 곳이 많고 고용도 불안정한 회사사 대부분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애플의 앱 정책에 반발해서 “개발자들이 좀 더 수익을 내도록 애플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지난 여름 앱개발자노조(App Developer Union) 결성 움직임이 있었다.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고 사이트도 현재 거의 폐쇄된 상태. 하지만 앱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매출, 수익 올리기 어렵고 고용도 불안정한 상태임에도 애플은 30%씩 따박따박 받아가고 그나마 올라온 앱을 검열, 거부하며 심시어 개발자 상대로 소송까지 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 아이디어가 나오는 듯하다. 앱개발자 노조 현실화 머지 않아 보인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2년 2월 출간한 ‘스마트콘텐츠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앱 시장은 약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커졌지만 전체 사업자의 25% 이상은 한해 매출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 아시아(특히 한국)에 시사점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