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에서 한학기 마친 소감

2012-12-06 06:26 오후
손재권

프레드 터너 교수. 이번 학기에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이번주 종강이다. 오늘로 거의 모든 수업이 끝난다. 학생들은 대부분 레포트를 쓰고 있거나 시험을 보고 있다.
나는 이번 학기(가을학기, 9월 27일~12월 7일)에서 3과목을 청강했는데 그중 2과목(Digital in Society / Election, Politics and Journalism)은 몇번 빼먹지 않고 수업을 계속 팔로업했으며 1과목은 중간에 드롭했다. 그 강의도 매우 훌륭했지만 수업 시간에 듣기만 하고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드롭했다. 학기 중간에 온라인 강의를 하나 더 들었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자’는 의미도 있었다.

제대로된 ‘미국식 수업’은 처음 들어봐서 매우 인상이 깊었다. 더구나 미국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이자 20~21세기들어 가장 성공한 미국 대학인 스탠포드 아닌가. 어떻게 가르치고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매우 궁금했다. 3개월 이상 수업을 들어서인지 이제는 어느정도 학교 분위기와 수업 환경이 익숙해졌다.

미국대학 다닌 사람도 많겠지만 일단 나의 경험에 비춰 몇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서 기록으로 남겨본다.


-교수들의 수업 준비가 (매우) 철저했다.
이제는 한국대학에서도 과거 강의노트를 계속 사용하는 교수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내가 들은 3개 수업에서 교수들은 매 시간 다른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대화했다. PT 없이 어떻게 수업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또 학기초 교수들이 제출하는 실라버스를 그대로 지키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를 자신이 강의 주제와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정답’이 없다. 맞고 틀리고가 없다. 학생들도 중구난방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중구난방으로 대답하는 말을 교수들은 엮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로 유도했다. 대단한 내공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적극적이다
이 부분은 미국 대학 수업을 들어본 아시아인들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시시껄렁한 얘기도 손을 들고 수업 중간에 교수들에게 물어보고 교수들은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교수들이 물으면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대답한다.
하버드에서 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을 보고 아시아인들이 충격을 받는데 이는 샌델 교수 수업뿐만 아니라 미국 명문대 수업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비록 강의(Lecture)이지만 학생들이 가만 앉아서 ‘듣는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아시아 학생들은 대부분 ‘정답’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듣고 있다. 교수의 질문에 정답이 아니면 쪽팔려서다. 그래서 학생들이 시시껄렁한 대답을 하면 “왜 저런 얘기를 해서 수업을 방해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교수,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업 시간에 교수와 학생의 소통, 인터렉션(Interaction)도 배움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의견이 다를 수도,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발표에 적극적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맥북 들고온 비율이 최소한 1/3 이상은 된다.

수업시간에 컴퓨터(대부분 맥북)를 펼쳐놓고 듣는 학생 비중이 최소 1/3은 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아날로그 노트에 적는다. 스탠포드에서도 수업 노트를 대부분 디지털화해서 누구나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켜놓고 노트를 적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켜놓고 듣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의문이다. 수업시간에 뒤에 앉아보면 자신이 들고온 컴퓨터로 페이스북하고 있는 학생들 수가 1/3 가운데 절반은 됐다. 
수업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Digital in Society를 가르치는 프레드 터너 교수는 수업시간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절대 못하게 했다. 이 수업 자체가 디지털의 역사와 현재 의미를 가르치는 수업인데 정작 수업시간에는 일절 펼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수업 시간 집중도도 높아졌고 학생들 참여도 나머지 수업보다는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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