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작. 마스터피스인 이유.

2012-12-02 02:27 오전
손재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초기 하이라이트신.
처음 봤을때는 이런 장면이 가능하다니.. 하면서 놀라워했었다. 



오늘 오전 KQED(한국의 KBS, EBS쯤 되는)에서 지난해 런던 로열알버트홀에서 열린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 영상 상영. 약 3시간 동안 정신없이, 감동먹고 봤습니다. 한국에서도 다시 상연한다고 하죠. 

팬텀을 처음 본 것이 아닙니다. 이미 런던(2000년), 서울(2005년), 뉴욕(2008년) 공연을 오리지널로 봤고 2004년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두번봤는데 이번에도 감동은 여전했습니다. 집에서 봤는데도…. 
지난 2000년 런던에서 처음봤을때 “이런게 세상에 있구나..”라는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엔 로열알버트홀 상연을 녹화한 것인데도 똑같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앤드류 로이드 웨버 생긴 모습과 목소리를 처음봤고 오리지널 크리스틴 사라 브라이트만 노래도 들을 수 있어서 더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 뉴욕에 갔을때(2013년 10월)는 오페라의 유령을 안봤습니다. “여러번 봤는데 뭘 또 보냐”는 생각에 ‘브링잇온(Bring it on)’을 봤는데 맞은편 머저스틱 극장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을 상연하고 있었습니다. 신작 브링잇온은 한산한 반면 오페라의 유령은 줄이 끊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역시 팬텀!”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죠. 즉, 지금도 런던과 뉴욕 등에서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본 사람도 또 보고 처음 본 사람도 보고.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웰메이드 대작의 힘, 러브스토리의 힘, 음악의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주인공 라울과 팬텀. 크리스틴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장면. 아름답다. 



제가 느낀 25주년 기념 공연이 대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공연예술의 큰 트렌드는 ‘테크놀로지’… LA에서 본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2011년 10월 초연 시작)’도 그랬지만 최근 공연의 특징은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공연에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리스는 아예 무대위에서 촬영을 해서 무대위에서 그대로 보여줍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는 이미 Classic이 된 무대를 크게 변화시켰다기 보다는 이를 재생하는 방식을 진화시켰습니다. 사실 ‘무대 실황 녹화’가 재미있을리가 없는데 이는 카메라 위치나 숫자 등이 1차원적이기 때문에 무대의 아우라를 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크리스틴, 팬텀, 라울 등 주인공들이 열연을 할때 가까이 잡고 ‘가면무도회’ 등 하이라이트 때는 무대는 물론 규모 5000석의 공연장 자체가 예술인 로열알버트홀을 크게 잡는 카메라워크를 통해 보는이들에게 마치 있는 것과 같은 감동을 줍니다. 슈퍼HD카메라, 돌비사운드 등은 기본이죠. 그래서 이 작품은 무대 상연을 재생한 것임에도 지난 2004년 영화 ‘오페라의 유령’보다 훨씬 낳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 25주년 기념 공연은 올초에 영화관에서도 무려 2만원씩이나 하면서 상연을 했는데 뮤지컬 실황을 영화관에서 상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해가갈수록 배우 임금 인상, 대관료 인상 등 공연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보전할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하는데 오리지널 공연의 CD, DVD 판매는 한마디로 손안데고 코푸는 방법이죠. 카피 공연이 늘어날 수록 오리지널 공연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를 공략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로열알버트홀 공연은 단 3회만 했습니다. 웨스트앤드가 아니라 런던필의 고향 로열알버트홀이라니. 그것도 3회만 한다니.. 표가 얼마나 비쌌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습니다. 오리지널 상연 수를 줄이고 최고의 레플리카를 만들어서 이를 판매하는 방법은 제작사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 같습니다. 또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최근 오페라의 유령 2탄인 ‘러브 네버 다이(Love Never Die)’를 호주에서 상연하는 무대를 같은 방식으로 찍어서 영화를 먼저 전세계에 개봉하는 전략을 선보입니다. 

가면무도회 장면. 2막을 알리는 하이라이트신 중 하나. 


-어떻게 보면 ‘기술과 예술’은 하나입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기술에 능했고 기술은 예술을 진보시켰습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말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를 통해서 글로벌 3D 영상 산업을 한단계 끌어 올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대인 ‘MIT’에 가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공돌이 중심인 이 학교는 가장 예술적인 학교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랭크 게리 등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도 그렇고 곳곳에 있는 예술 작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마크에 ‘Science and Arts’하고 써 있더군요.

MIT 대학의 공식 마크. 가운데 램프 밑에 Science and Arts라고 씌여 있다. 


-오늘 KQED는 이 영화를 TV로 보여주면서 패키지로 판매했습니다. CD는 70불, CD와 DVD는 100불, 내년 3월 사라브라이트만 공연 B좌석과 같은 묶음은 150불, A 좌석은 200불 이런 형식입니다. 오늘 엄청 판매했을 것 같습니다. 

-25주년 기념 공연은 사라브라이트만이 나와서 역대 팬텀과 같이 부르는 장면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오리지널 캐스팅과 이번 공연 캐스팅이 같은 무대에 선다는 자체가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하는 영국적인 감동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한국의 공연예술은 정말 분발해야 합니다. 창작뮤지컬은 많이 선보이고 있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위키드, 팬텀과 같은 오리지널 수입이 매진 사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한층 높아진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아이돌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히트 영화나 드라마를 뮤지컬로 바꿔 무대에 올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발버둥치고 있지만 ‘혁신’이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날로 발전하는 기술의 진화에 둔담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밨습니다. 무대에 화려한 영상장치를 다는 것이 기술이 아닙니다(이것도 1994년에 나온 이후 진화가 없습니다). 구글 등의 영향으로 신기술은 점차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공연예술, 연출가, 제작사들이 기술에 둔감하기 때문에 무대적 상상력과 상품화 아이디어가 제한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또 “창작은 예술가들이 하고 기술은 잘 모르니 기술쟁이에게 맡기는 것이 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창작과 예술, 기술은 결국 하나인데도 말입니다. 

공연을 다 마치고 초기 팬텀과 크리스틴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무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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