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 폴리틱스의 그늘 : 현실왜곡장
-한미 대선에 SNS가 미친 영향(4)
1편 : 투표는 전염된다
2편 : 모멘텀 전쟁
3편 : 타임라인 폴리틱스_ 참여
트위터가 유권자와 후보자를 1:1로 연결시켜 특히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높인 것은 사실이다. 선거 비용도 크게 낮아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이다.
참여는 분명 쉬워졌다. 그러나 타임라인 폴리틱스는 실제 유세 공간에 비해 ‘보고 싶은 것만’ ‘동의하는 것만’ 보는 맹점이 있다. 또 SNS가 ‘공론장’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터 트위터 여론을 스핀(조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타임라인 폴리틱스의 그늘이다.
Edited Opinion
오프라인 정치에서는 유권자가 보고싶은 것만 볼 수는 없다. TV토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유세하는 장면도 보고 타 후보자의 토론 장면을 보면서 비교 분석할 수 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신문의 논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계적으로나마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트위터는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트윗을 여론이라고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볼 가능성이 크다.
트위어 팔로어나 페이스북 친구는 이미 자신이 선택하고 편집한 여론(Edited Opinion)이기 때문이다.
만약 TV토론을 TV를 통해 안보고 SNS를 통해서만 접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번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TV와 SNS를 동시에 놓고 봤다는 비율이 11%나 됐다. 앞으로 SNS 중계만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트윗만 보고 후보자의 메시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트위터 타임라인은 토론이 끝나기도 전에 ‘승리’를 선언해버린다.
실제로 미국 대선 1차 TV토론 중간에 타임라인에 “롬니가 이겼다”는 트윗이 삽시간에 펴져나갔다.
이는 마치 축구경기에서 전반전을 마친 후 “경기 끝”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트위터가 ‘여론을 즉각 반영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토론을 보거나 정책을 따져보기도 전에 선입견이 생겨버린 결과를 낳게 된다.
트위터는 또 소수의 적극적 이용자의 목소리가 매우 큰 울림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 쏠린 의견이 타임라인을 차지하는 것은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정 지지자들이 계속 리트윗을 하는 것이다.
이는 ‘트위터의 세계’가 곧 여론이라고 착각하는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현실왜곡장은 사실 스티브 잡스가 즐겨쓰던 표현으로 스티브 잡스 전기에도 소개됐다. 잡스가 말하면 실제로 되는 것처럼 보이고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믿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 분명한 선거 캠프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어떤 여론조사도 믿지 못하게 된다. 이는 미 대선에서도 롬니 후보가 빠졌던 함정이다. 롬니는 11월 6일 당일 오후에도 자신이 당선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정치적 의견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미 이용자에 의해 선택된(edited) 의견이다.
한국에서도 ‘트위터 영향력’을 평가한다며 트위터에서 언급된 수와 긍정부정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자를 조롱하는 단어도 긍정적 단어로 분류 돼 영향력이 높아진 것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큰 의미없는 시도로 보여진다.
이미 소수의 양극화된 의견이 SNS에 널리 퍼져 있어서 정확한 여론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서도 타임라인 폴리틱스가 만들어 내는 예측은 정확하지 못했다.
미국의 SNS 분석회사 애드디스(AddThis)는 소셜멘션, 긍정부정 단어, 후보자들의 멘션 반응 속도 등을 종합 분석해 8개 스윙스테이트(박빙주)의 선거 결과를 예측했다.
이 예측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뉴햄프셔,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4개주를, 롬니 후보는 콜로라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버니지아 등 4개주를 가져간다고 점쳤다.
하지만 실제 결과에서는 노스케롤라이나를 제외한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버지니아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박빙주를 싹쓸이 했다. 예측은 크게 틀려서 이미지를 구겨야했다.
SNS 멘션을 중심으로 여론을 보면 예측이 실제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여진다.
이 조사에서 애드디스는 콜로라도주는 롬니가 이길 확률이 55%가 된다고 분석했다. 핵심 쟁점은 세금과 경제였다. 왜냐면 이 주에서 세금과 경제 관련 멘션과 롬니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멘션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콜로라도는 미국 내륙에 있는 주로서 공화당 우세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51:46으로 비교적 안정적 승리를 가져갔다. 이유는 이 지역에 크게 늘어난 히스패닉과 아시아 이민자유권자가 오바마에 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제 인구 구성변화와 이 변수가 선거에 미친 영향은 SNS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다.
한국 대선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SNS를 통한 분석은 활발했지만 정확하지는 못했다(참고기사 : 18대 대선 SNS 활발, 정확한 예측치는 보여주지 못해)
트위터는 스스로 “마을광장(타운스퀘어)”이라고 칭했다.
마을광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마을에 들어가야 한다. 마을에 들어가지도 않고 겉돌고 있는데 어떻게 광장이 형성될 수 있겠는가. 미국에서도 트위터를 이용하는 인구는 15%에 불과하고 매일 사용하는 사람은 8%에 불과하다.
한국은 트위터 인구 600만, 페이스북 1000명으로 추정된다. SNS 사용자는 많이 봐야 전체 인구의 20% 정도이고 스마트폰 보유자 중에서도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에서는 트위터 등 SNS에서 나온 주요 이슈가 네이버 실시간검색어를 타고 이슈가 되고 이는 지상파, 신문에서 받아 적어 메이져 이슈가 되기도 한다. SNS 이용률에 비해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이 이슈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타임라인 폴리틱스’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이미
‘현실왜곡장’이 되버린 SNS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샨토 랜거 스탠포드대 교수는 이에 대해 “트위터는 지지층을 집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롬니 후보의 빅버드 발언을 민주당 지지자들이 퍼나른 것을 보라. 얼마나 많은 소셜미디어가 양극화된 의견에 영향을 받고 있는가 살펴봐야 한다(How much of social media is influenced by polarized views?)”고 평가했다.
애드디스의 SNS 여론을 통한 박빙주 승부 예측. 많이 틀렸다.. |
Spinning Twitter
트위터가 실제 정치와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트위터 여론을 뒤흔들려는(Spin) 시도도 나타났다.
한국 대선에서도 ‘십알단’ 사건이나 ‘댓글알바’ 사건 등이 등장한 것은 SNS를 스스로 현실 왜곡장으로 만들어 ‘공론장’ 역할을 못하게 하는 시도로 보여진다(참고 기사 : 대선 미디어 전쟁, SNS 조작실패 남겼다).
물론 한국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트위터 여론조작 시도는 한국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남미 대중운동에서도 트위터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트위터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정치권의 트위터 조작이 문제가 됐다.
2012년 6월 치뤄진 대선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선거 운동 당시 트위터로 여론 조작을 한 동영상이 유출 돼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니에토 대통령(당시 후보) 지지단체 회원들이 한 방에 모여 각자 컴퓨터를 통해 트위터를 날리는 모습이 동영상에 담겨져 있던 것이다.
한 명의 지시에 따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내용을 보내 니에토 정책을 옹호하는 여론을 만들었다.
이 단체는 “트위터 캠페인은 대선 운동의 여려 활동 중 하나일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가짜 트위터 계정 수백개를 만들어 자신의 정권을 지지하는 여론을 만들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허위계정 400개가 매달 6000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인터넷에서 타인의 사진을 무작위로 가져와 새로운 이름과 프로필을 만들고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트윗을 무차별적으로 날린 것이다.
트위터가 현실왜곡장이 될 수록 ‘공론장’으로서의 신뢰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안토니 로톨로 시러큐스대 정보연구학 교수는 “트위터 여론 조작 사례가 많아질 수록 시민들은 트위터도 정치적 선전 도구라고 인식하게 돼 결국 효과가 줄어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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