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울렛 쇼핑 사랑하는 남자

2013-07-05 09:31 오전
손재권

 

새로운 쇼핑 destination.  리버모어 아울렛


아울렛 쇼핑 노하우

오늘 독립기념일. 오후엔 아울렛 쇼핑을 하러 ‘리버모어’에 갔다. 귀국 전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야했기 때문이다. 뭐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사고 싶은 것은 사야 했다. 
오늘 쇼핑을 하면서도 적지 않은 것을 느꼈는데 한번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아울렛 쇼핑 노하우가 있는데 공유한다면 다른 이들도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쇼핑을 즐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잘 못하는 부분도 있다. 쇼핑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훨씬 즐겁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쇼핑을 잘하거나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다. 내가 봐도 나는 멋쟁이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 있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고 내가 원하는 옷을 살뿐만 아니라 옷을 사도 실패할(사놓고 안입을) 확률이 적다는 점이다. 즉 필요하고 원하는 옷을 살 줄안다고 해야할까.  

나는 미국 아울렛 쇼핑 경험이 많다고 자부한다. 짧은 시간에 속전속결로 옷을 고르고 입고 사다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국가 및 지역별로 많이 가보기도 했다. ‘길로이’ 아웃렛은 4개동에 무슨 브랜드가 입점했는지 머리속에 그려져 있을 정도다. 이번에 미국에 1년 살면서 시즌 별로 쇼핑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의 노하우가 일단 완성(?)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장을 오면 꼭 시간을 만들어 아울렛 쇼핑을 가곤했다. 사실 출장 가서 아웃렛 쇼핑은 안하는 것이 좋다. 단체로 가기 때문에 쇼핑 시간이 제한적이고 특히 환불이 안된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다른 사람의 구매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쇼핑에 동행한 한 사람이 “이 거 싼데 왜 안사요? 한국가면 3배 비싸요”라고 하면 “살껄그랬나”하고 후회하거나 불필요하더라도 충동적으로 사게 된다. 출장 온 여성들의 경우는 코치(Coach)나 마이클 코스(Michael Kors)가 싸다며 이 선물, 저 선물 산다며 과도하게 사는 것도 많이 봤다. 선물한다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봤는데 대부분 제대로된 물건을 건지지 못한다. 자신이 필요한 물건도 사지 못하는데 남이 필요한 물건을 어떻게 사겠는가. 출장가서 하는 아울렛 쇼핑은 대체적으로 시간낭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아울렛 쇼핑을 경험하다보니 한국의 옷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을 알아서(정말 빈폴, 폴로, 토미 등 반팔 피케 셔츠 하나가 아직도 100불이 넘는 것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옷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쇼핑을 가면 철저하게 ‘내 옷’만 샀다. 와이프 옷을 고를 수도 없고 골라봐야 맘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사이즈도 천차만별이다. 짧은 시간에 내 옷 고르기도 힘든데 와이프 옷 고를 시간까지 가지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러다보니 미국 출장을 가면 한 시즌 입을 옷이나 필요한 옷들을 ‘전투적’으로 사오곤했다. 한번 두번 경험이 쌓이다보니 미국 출장가서 사온 옷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북가주의 3대 아울렛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큰 아울렛이 3개가 있다. 유명한 ‘길로이’ 아울렛이 있고 2012년 11월 오픈한 ‘리버모어’ 아울렛이 있으며 산호세 북쪽, 밀피타스 쪽에 위치한 ‘그레이트 몰’이 있다. 
길로이 아울렛은 챌시 프리미엄 아울렛 계열 중 (뉴욕, LA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쇼핑몰이다.
한국에서 출장 오면 많이 가서는 곳이어서 꽤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40분, 산호세에서도 차로 40분 거리의 리버모어에 새 아울렛이 생겨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길로이에 몰렸던 쇼핑족들이 대거 리버모어로 이동했다. 
샌프란시스코에 호텔이 있으면 리버모어가 여러모로 좋다. 한곳에 모여 있어서 쇼핑이 편리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길로이보다 훨씬 가깝다. 길로이에는 고가 명품 브랜드가 없는데 리버모어 아울렛에는 프라다, 버버리(2013년 가을 오픈), 에트로 등의 명품 브랜드도 있다. 대신 길로이는 매장이 커서 브랜드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출장 와서 쇼핑 시간도 없는데 굳이 길로이나 리버모어에 갈 필요가 없다. 시내에서 가까운 그레이트몰도 왠만한 브랜드는 다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길로이나 리버모어에는 없는 어린이, 베이브 특화 브랜드도 그레이트몰에는 많이 있어서 자녀들 선물 사기에는 그레이트 몰이 더 좋다(코치나 마이클 코스도 있다). 하지만 현지인 입장에서는 그레이트 몰에 의외로 잘 안가게 되는데 실내 몰이기 때문에 쇼핑하기 답답해서다(그래도 가까워서 급하게 아울렛 가격 쇼핑이 필요하면 그레이트 몰에 간다).  

전투 쇼핑

쇼핑을 전투처럼 했다. 군대에서 제한된 시간에 모든 것을 해야 하듯 아울렛 쇼핑도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사야했다. 땀이 나게 돌아다니고 피팅룸에 가서 옷 입어보고 벗어보고 계산까지 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주말에 갈 수도 있고 환불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쇼핑 시간이 많다고 여유가 있다고 더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건은 내가 원하는 옷, 내가 즐겨 입을 옷을 샀는가의 여부다. 이 관점으로 보면 쇼핑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집중력’이다.
“그래 오늘은 쇼핑을 해야지”라고 하루 종일 아울렛에 있다고 해도 정작 쇼핑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최대 4~5시간에 불과하다. 평균 4시간 정도인 것 같다. 나머지는 시간 낭비며 힘들고 지친다. 시간을 최대한 절약, 쇼핑하기 위해 1군, 2군 브랜드를 정했다. 
폴로, 토미 힐피거, 라코스테, 바나나 리퍼블릭, 갭,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등이 1군 브랜드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이고 한국과 미국과 가격 차이가 크며 구매 후 만족도도 높다. 
폴로는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옷을 디자인할 정도로 미국에서도 ‘국민 브랜드’다. 가장 대중적인 옷이고 미국인들도 많이 선호한다. LA 비버리힐즈나 스탠포드 쇼핑센터 등 명품 거리에도 입점시킬 정도로 브랜드 관리도 잘하는 모범적인 회사다. 폴로는 미국 아울렛에서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처럼 독립기념일이나 하반기 추수감사절 세일 등 추가 할인을 받지 않으면 좀 비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폴로 셔츠 등 베스트 셀러는 아직도 매장에서 잘 팔린다. 
토미 힐피거는 특유의 스트라이프 디자인과 컬러가 매력적인 브랜드다. 가격은 폴로보다는 저렴하고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보다는 높다. 그렇다고 대체적으로 ‘비싸다’고는 볼 수 없다. 신상은 할인을 안하지만 시즌이 지나가는 품목은 대폭 세일을 해서 눈높이를 맞춰준다. 
라코스테는 후회율이 가장 낮은 브랜드다. 제품이 싸지 않고 세일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가격은 다소 불만스럽지만 품질이 좋고 디자인은 다른 미국 브랜드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 돼 있다. 라코스테도 추수 감사절이나 독립기념일 세일을 이용해서 구매해야 하는 브랜드다. 아웃렛에서도 제 돈주고 사면 비싼 편이다. 라코스테는 세일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독립기념일 여름 세일 한다며 매장 전 제품을 가장 낮은 태그 가격에다 30% 세일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라코스테 매장을 가장 먼저 갔다. 중국인들이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은 점차 유니클로, H&M, 자라와 같이 SPA 브랜드가 되고 있는 중이다. ‘저렴이’로 포지셔닝 중. 할인 폭도 커서 한번에 5~10개씩 구매해도 한국 돈으로 10만원 갓 넘는 정도다. 품질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실속파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3~4년 전만해도 바나나 리퍼블릭 옷을 좋아하고 많이 구매했는데 이제는 잘 손이 가지 않는다(물론 저렴하고 괜찮은 옷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히트 브랜드다). 품질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휴고 보스, 브룩스 브라더스 등의 가격이 낮아져서 많은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바이스는 한국 가격 대비 정말 저렴한데 청바지, 청자켓 등을 항상 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구매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캘빈 클라인이나 게스도 경쟁력이 있다. 특히 캘빈 클라인은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할인 폭이 크고 디자인이 괜찮은 제품이 많아서 쇼핑 카트에 보면 의외로 많은 옷을 산 브랜드가 돼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2군 브랜드는 시간이 있으면 들어가는 곳이다. 휴고 보스, 브룩스 브라더스 등 명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거나 나이키, 푸마, 아디다스 등 스포츠 매장 등이다. 요새는 휴고 보스나 브룩스 브라더스가 할인 폭이 커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몇년전만해도 ‘노 할인’ 정책을 유지했는데 요새는 비시즌 세일도 많이 한다. 
나이키, 푸마, 아디다스 등은 타깃이 확실하다. 스포츠 웨어나 신발이 필요하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Skip 하면 된다. 나이키, 푸마, 아디다스 신발은 한국에 비해 많이 싼 편이다. 한국에서 120불 넘게 주고 나이키, 푸마 운동화를 사는 것이 상상이 안간다. 
나이키, 푸마, 아디다스 골프 웨어는 종류가 많지 않고 매력적인 제품도 없는 편이다. 골프 웨어는 유통 구조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렛에도 골프 웨어 매장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는데 기대하지 않고 시즌 점검 차원에서 들른 ‘푸마’에서 그동안 원하던 푸마표 골프웨어를 저렴이로 판매하기에 득탬했다. 
이 외에도 아웃렛에는 괜찮은 여성 브랜드 매장이 많다. 하지만 내가 입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물론 와이프가 들어가면 따라 들어간다. 그래야 하고 관심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 쇼핑의 첫째 원칙은 실제 전투와 다르게 ‘원샷 원킬(한번 보고 맘에 든다고 즉시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쇼핑에서 원샷 원킬은 ‘낭비’라는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물론 고민하는 사이 남들이 구매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제품은 살 운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무조건 입어봐야 한다. 시간 없고 귀찮으면 피팅을 생략하는데 이는 실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동양인들이 보통 M 사이즈나 100 사이즈를 입는 편이지만 브랜드별로 M이 크기도 하고 100이 작기도 하다. 아울렛에는 대부분 피팅룸이 있다. 입어보는데 돈 안든다. 미국 아울렛에는 사이즈별로 전시가 돼 있어서 입어보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나 같은 경우는 M이나 S 사이즈 또는 100이나 그 이하 사이즈를 같은 컬러 2, 3개씩 가져가서 입어보고 고른다. 맘에 안들면 안사고 그대로 두면 직원들이 수거해서 정리해준다. 
나 정도의 아울렛 쇼핑 경험이 있으면 브랜드 별로 사이즈 차이까지 ‘파악’해둬야 하지만 나는 그 경지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뭐 쇼핑 고수까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찜꽁’해도 바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폴로에 맘에 드는 스타일이 있었는데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같은 스타일로 더 폼나는 제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 별로 많아야 1, 2벌 사는데 덜컥 구매했다가 낭패볼 수 있다. 환불해도 되지만 저렴이 계열의 옷은 환불이 더 귀찮다. 
하지만 ‘라코스테’ 같은 브랜드는 일단 사고 본 후 환불을 시도하는 케이스다. 색, 사이즈가 많지 않아서 한번 놓치고 다시 오면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인지 M이나 100 사이즈는 심사숙고 후에 두번째 오면 싹쓸이 된 후다. 

(글쓸 시간 나면 계속. 아니면 여기서 끝)
 -아울렛에서 추가 할인 받는 법 (쿠폰) 
 -미국에서 쇼핑하기 좋은 시즌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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